The Sense of an Ending by Julian Barnes

Posted 2016. 8. 2. 14:08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10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다산책방


오래간만에 정말 괜찮은 책을 읽었어요! 

원제는 <The Sense of an Ending>인데 한글판 제목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네요.

전 보통 이렇게 원제와 개연성 없는 번역본 제목을 싫어하는데 이건 꽤 맘에 들어요ㅎㅎ


2011년 맨부커 수상작으로.. 약 20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이지만, 

충격적인 반전이 있는데다가 "왜곡된 기억'이라는 심도있는 테마를 지닌 

완성도 높은 소설이랍니다. 원서로 읽기 좋을 것 같아 추천합니다 +_+!



소설은 중년의 남자 주인공 토니가 학창시절 친구 에이드리안과의 만남을 회상하며 시작합니다. 지적이고 자기 세계가 뚜렷한 에이드리안은 한창 철학적이어 보이고 싶은 나이였던 주인공과 친구들 사이에서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었는데요. 에이드리안 찬양(?)부분은 뭔가 지루한 ver.의 <데미안>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쨌든 그의 이야기 중엔 대학교에서 사귀었던 베로니카가 등장합니다. 주인공에게 베로니카는 절대 쉬운 여친이 아니었습니다. 명문가 자재였던 그녀는 늘 어렵고, 콧대도 높게 느껴지고 (왜 나랑 안자줘!! 광광!!), 그녀의 가족들에게 멸시받는 것 같고.. 주인공에게 결코 쉬운 교재는 아니었죠.


결국 둘은 헤어지고, 후에 베로니카가 자신의 베프 에이드리안과 교재한다는 소식을 듣고 주인공은 두말 않고 그 둘의 삶에서 홀연히 떠납니다. 그러다 몇년후 에이드리안이 자살을 했다고 전해듣는데요. 자신의 여자를 뺏은 놈이지만 여전히 주인공에게 그는 우상이었기 때문에, 자살한 에이드리안의 결단력조차 토니는 존경합니다;;;

저도 토니처럼 평온하고 밋밋한 삶을 사는게 싫었던 적이 있어서 조금은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자살까지 멋지게 포장하다니... 토니가 에이드리안을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지 드러났던 부분입니다.


솔직히 첫번째 챕터는 주인공의 지루하고 평범한 삶이 무덤덤하게 그려져 좀 지루했어요;;

근데 두번째 챕터부터 심리 서스펜스가 시작되며 진짜 몰입도 팍팍↑ 상승합니다 +_+


그런 저런 삶을 살며 중년이 된 주인공에게 어느 날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베로니카의 엄마가 죽으면서 뜬금없이 주인공에게 500파운드와 20대에 자살했던 친구 에이드리안의 일기장을 유산으로 남긴 것 입니다=_=!


도대체 구여친의 엄마는 왜 쌩뚱맞게 토니에게 돈을 준건지..? 

아니, 애초에 에이드리안의 일기장은 어떻게 갖고 있었던건지..?

주인공이 기억하는 과거와 베로니카측으로부터 받은 과거의 증거가 충돌하며,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게 됩니다. 본 리뷰에 스포일러는 안쓰겠지만 진짜 충격적이예요ㅠㅠ



사람의 기억은 완벽할 수 없습니다. 추억은 지나갔기에 미화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소설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과거를 곱씹는 타입은 아니지만서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노스텔지아에 빠져본 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내가 가끔 그리워하는 과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요? 혹시 왜곡된 기억을 사랑하고 쫒고 있는건 아닌지 한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책 속의 말, 말, 말>


For most of us, the first experience of love, even if it doesn't work out- perhaps especially when it doesn't work out- promises that here is the thing that validates, that vindicates life. 

P 52 


"He survived to tell the tale" - That's what people say, don't they? History isn't the lies of the victors, [...] It's more the memories of the survivors, most of whom are neither victorious nor defeated.

P 61 

 

I rarely ended up fantasising a markedly different life from the one that has been mine. I don't think this is complacency; it's more likely a lack of imagination, or ambition, or something. I suppose the truth is that, yes, I'm not odd enough not to have done the things I've ended up doing with my life.

P 71 


[...], we let life happen to us, we gradually build up a store of memories. There is the question of accumulation, but not in the sense that Adrian meant, just the simple adding up and adding on of life. And as the poet pointed out, there is a difference between addition and increase.

P 97 


But time... how time first grounds us and then confounds us. We thought we were being mature when we were only being safe. We imagined we were being responsible but were only being cowardly. What we called realism turned out to be a way of avoiding things rather than facing them. Time... give us enough time and our best-supported decisions will seem wobbly, our certainties whimsical.

P 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