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4월 어느 날,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결혼식 날이 왔어요. 

플래너없이 혼자서 모든걸 준비했던 터라 솔직히 빨리 끝내버리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거든요ㅎ


결혼식 시작을 알리는 화촉점화. 양가 어머님끼리 입장할까, 서양처럼 신랑이 에스코트해서 들어갈까.. 

고민이 많다가 엄마가 꼭 화촉점화는 하고싶다고 하셔서 두 분이 사이좋게 나란히 들어가시는 걸로 결정했어요. 



이제야 말인데 결혼 열흘인가 앞두고 혼주한복이 너무 맘에 안들어서 급하게 제가 했던 한복집에서 렌트를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어찌된 일인지 구매했던 한복이 마음에 안든건 저 혼자라 울고 불고 우겨서 새로 한복을 한건데 너무 깔끔하고 예뻐서 역시 바꾸길 잘했다 싶었지요! 요즘은 렌트도 사이즈를 다 재서 고쳐서 나와서 렌트인지도 모르겠더라구요.


신랑의 베스트맨이 일이 생겨 한국에 못오게 돼서, 제 Maid of Honor였던 박크루와 링베어러인 앙쥬가 함께 입장했어요. 앙쥬가 겁이 많아서 스스로 걸어 입장할거라곤 기대를 안했기 때문에 박크루가 안아서 들어왔답니다. 

MC가 앙쥬를 "양주"라고 소개하는 바람에 좀 속상했지만..-_-;; 하객분들이 앙쥬가 귀여워서인지 많이 웃어주셨어요!

결혼식 끝나고도 가장 많이 받았던 피드백이 강아지가 링베어러 한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는거였습니다ㅎㅎ


앙쥬는 너무 귀여우니까 내일 따로 사진을 몇장 더 포스팅 하겠습니다 히히



화동은 사촌언니의 딸이 해주었는데요. 몇년 전만해도 빵끗빵끗- 잘 웃었는데 이번에 학교를 들어가고 웃음이 좀 줄어들었다고 해요 ㅠㅠ 학교에선 도대체 무슨일이?!!! 그래도 워낙 귀여운 아이라 잘 소화해주었습니다 ^^



아빠 손 잡고 입장을 시작합니다. 입장할때 많이들 긴장 되신다던데 저는 긴장 하나도 안됐어요. 

오히려 아빠가 더 긴장해보였었다고 합니다ㅋㅋ



신랑에게 제 손을 건내주는 아빠. 사실 "Who gives this woman to be married to this man?" 대사도 넣고 싶었는데,

식이 너무 길어질까봐 생략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거 뭐 몇초나 걸린다고.. 그냥 할껄 그랬어요 ㅠㅠ



신랑과 저는 천주교이지만 카톨릭교회에선 신부가 성당 밖에서 결혼식을 행하는걸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제 직장 동료이자 목사인 제프가 주례를 서주었어요. 제가 그다지 신앙심이 깊진 않아도 결혼식만큼은 좀 더 성스럽고 공식적으로 하고 싶었거든요. 게다가 신랑이 한국어를 잘 알아듣지 못해서, 하객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결혼하는 당사자는 주례내용을 알아들어야지.. 싶어서 영어를 쓰는 주례자로 섭외했습니다



사랑의 서약은 서로 써서 말해줄까.. 싶었는데 왠지 그러면 둘다 울것같아서 그냥 Q&A 로 진행했어요


Do you take this woman to be your wife, and promise to be faithful, supportive and loyal and to give your companionship and love throughout all the changes of our life?


I do.


Do you take this man to be your husband, and promise to be faithful, supportive and loyal and to give your companionship and love throughout all the changes of our life?


I do.


신랑이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들리지도 않았다네요. 나중에 왜그랬냐고 그러니까 목이 메여서 그랬다고...

하아... 너란 남자... 감수성 터지는 남자...



반지교환때는 등에 링필로우를 짊어진 앙쥬를 들러리가 들고 나왔어요



I give you this ring, as a sign that I choose you, to be my wife/husband, my lover, my partner, and my best friend, today, tomorrow, and always.


제가 근데 신랑 반지를 오른쪽 손에 끼우는 바람에 하객쪽에서 한바탕 웃음이 터졌는데요. 

끼는건 쉬웠는데 신랑 오른쪽 손가락이 더 굵은데다가 땀까지 조금 나서였는지 반지가 쉽게 빠지지 않았어요 ㅠㅠ 

여차저차 겨우 빼서 다시 왼쪽손에 끼워줬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VD나오면 이 장면 꼭 보고싶어요 ㅋㅋㅋㅋㅋ



제프의 마지막 축복기도가 이어졌습니다.


On behalf of your loved ones who are here with you today,would like to mention some things we desire for you:


We desire for you a love that is rich, deep, and powerful enough to inspire others and to support you both in bringing forth the best that is within you. May you lavishly love one another and love the reality of being loved by one another today, tomorrow, and always.


We desire for you the kind of home that will be a sanctuary for you both; a place of peace, freedom, vitality, growth, and humor.


We desire that at the end of each day you are given, that you will reflect and smile for what you have shared together; pleased, satisfied, and fulfilled.


We desire that you honor God in every way. That others see the reality of God’s presence in you and this union, and that He bless you abundantly.



양가 부모님께 인사하는데 역시 엄마아빠를 보니까 눈물이 핑~ 돌았어요 ㅠㅠ

근데 신랑이 절 따라서 울어서 감동이라고 몇몇 하객들도 따라 울고... 눈물바다가 됐다는군요. 이게 뭐임ㅋㅋㅋㅋㅋ

신랑이 왜 울었는지는 지금까지도 미스테리입니다.. 물어보니까 제가 너무 예뻐서 울었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네요;



사위사랑은 장모.



제가 눈물 다 닦고 시어머니께 인사드릴때도 신랑은 울었다고 합니다....

그만 울어!!! 누가보면 사연있는 줄 알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Now, may I introduce to you, Mr. and Mrs.!!


신랑신부 행진때 노블발렌티에 플라워샤워를 사진이 잘 나온다는 핑크색으로 부탁했는데 흰꽃을 뿌려주셨네요=_=;; 

스냅 사진 보고 알았어요ㅠㅠ 힝... 그래도 뭐.... 나쁘지 않으니까...



퇴장하면서도 우는 신랑ㅋㅋㅋㅋㅋ

그만 좀 울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미촤ㅋㅋㅋㅋㅋㅋ


사실 신랑을 드레스 가봉때 데려갔다가 리액션을 크게 안보여서 대판 싸웠었거든요ㅋㅋㅋ 

울어야할땐 안울고, 안울어야할때 우는 청개구리같은 내 님.... 



이렇게 저희 웨딩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습니다!

(리무진 샷은 사실 식장 도착할 때 찍은거예요 ^^;;)



정신없이 지나간 본식이지만 너무 즐거웠어요~ 


스냅은 노블발렌티와 연계돼있는 소호스튜디오에서 수고를 해주셨구요. 

확실히 노블이 실제로 식 자체는 멋있는데 사진이 잘나오는 홀은 아닌 것 같아요. 

입장때 핀조명때문에 그림자가 이상하게 지거든요

그래도 식장 선택에는 아직도 후회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