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바보개 맥스

Posted 2012. 1. 13. 16:09

영화 <클릭>에서 리모콘으로 인생을 빨리 감다가
키우던 개의 죽음마저 빨리 감아버린 아담 샌들러가 "선댄스 이 멍청한 개!"라며 울때
나 역시 눈물을 멈출수 없었다.

내 인생에도 바보같은 개가 있었다.
바보같이 너무 착한 개 맥스.



맥스는 내가 고등학교때 종종 도그시트를 했던 맥스필드 선생님댁 개였다.

캐나다를 떠나기 전, 인사차 들른 선생님댁에서
맥스가 이제 세상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땐 의외로 난 슬프지 않았다.

맥스가 암 진단을 받은게 
공교롭게도 선생님의 남편 리처드의 암 수술시기와 맞물려
맥스가 리처드의 암을 가져갔다고 덤덤히 말하는 선생님앞에서 감히 슬퍼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생각해보면 참 맥스다운 죽음이었다.
유기견보호소 출신인 맥스는 언제나 의젓하고 자기희생적인 개였으니까.



난 정말 맥스를 좋아했다.
맥스는 이제껏 내가 봤던 개들중 가장 아름다운 개였다.
Black, brown, tan and white의 예쁜 코트, 배쪽으로 반곱슬인 털, 긴 꼬리, 낮은 목소리, 그리고 체취까지..
맥스의 모든걸 사랑할수 밖에 없었다.


▲ 사진은 맥스를 닮은 트라이컬러 보더콜리. 거짓말 안보태고 맥스가 1000배는 잘생김.


하늘색이 심상치 않던 어느날 저녁
맥스와 산책을 나선지 5분도 안돼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산책이 귀찮아진 나는 충분히 맞을만한 비였음에도 불구하고
우산이 없다는 핑계로 맥스에게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그 자리에서 맥스는 가던 방향으로, 나는 집 방향으로 버티고 서서 한참을 대립했고
맥스는 그 깊은 다갈색눈으로 한참을 날 쳐다보더니 
결국 나를 따라 발걸음을 돌이켰다.

멍청한 개.
그 덩치와 힘이라면 충분히 나를 끌고 갈수 있었을텐데 내게 져줬다.
바보같이 착하기만한 개.

시간을 돌이킬수만 있다면 
그깟 산책쯤이야 몇번이고 해줄수있는데..
그 멍청한 개가 보고싶어서 자꾸 눈물이 난다

사랑하는 바보개 맥스
널 평생 잊을 수 없을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