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외쿡영화를 보면 나무 벽에다가 아이들 키를 재고 눈금을 칼집 내놓는 게 참 인상적이었다. 우리 집에는 어쩐 일인지 벽에 붙이는 종이 눈금자도 없었기 때문에 1년에 한번 학교에서 신체검사 할 때 키를 재는 것이 다일 뿐이라 더욱 더 그게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어릴 땐 그랬다지만 내가 어른이 되어 집을 사고 보니 집에 흠집 내고 싶지 않은 것...ㅋ 대신 범범이(4개월, 아직 서지도 못함)를 위해 직접 나무 판자로 눈금자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Habitat for Humanity라는 중고물품 점에 가면 '이런 걸 누가 사..?' 싶은 다양한 나무 쪼가리를 아주 저렴하게 파는데, 내가 갔던 날은 원래 원했던 커다란 판자는 구할 수 없었지만 적당히 얇고 긴 나무 판대기를 단돈 $1에 살 수 있었다. 너무 길어서 매장에서 톱도 빌려서 살짝 잘라왔다.

이사하기 전, 베란다에서 간단하게 사포질을 하고

집에 남아있던 프리스테인으로 처리 후 스테인을 먹였다.

스테인이 마른 후 눈금을 표시하고 (난 cm가 좋지만 범범이는 인치가 편할 것 같아서 피트와 인치로..)

블루 마스킹 테입으로 눈금 매길 곳을 정리한 후  

역시 집에 남아있는 흰색 페인트로 스텐실을 찍듯이 스폰지 브러쉬로 하얀 눈금을 찍어 발랐다.

사진엔 없지만 숫자 스텐실 이용해 1피트마다 숫자를 넣어 총 6피트가 넘게 표기를 했고, 너무 밋밋한가 싶어서 레터링 스텐실을 이용해 자 위쪽에 범범이의 이름도 찍어발랐다. 근데 레터링 스텐실을 좀 비뚤어지게 붙였던 건지 이름이 삐뚤빼뚤하게 찍혔...ㅠ 이런게 홈메이드의 매력이랄까...?ㅋㅋㅋ

흰 페인트가 다 마르면 바니쉬를 칠하고 뒷면에 벽에 걸수있게끔 걸이를 박으면 끝. 나는 집에 재료가 다 있어서 1달러로 만들었지만 재료를 새로 산다면 그래도 최소 한 30불은 들었을 것 같다.

이사온 집의 범범이 방에 뙇! 걸어두었다. 좀 더 멋지게 만들고 싶은 사람들은 완전 커다란 나무 판자에 만들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난 그냥 이대로도 만족..^^; 1달러쟈냐요...

첫날 범범이를 세워서 스티커로 표시도 해둠! 스티커는 ETSY에서 구매했다.

히힛.. 아직 60cm를 좀 넘는 쪼깐한 녀석..

범범이가 자라나면서 엄마가 만들어준 이 자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6피트 (183cm) 넘게 만들어 놨으니까 키도 무럭무럭 커서 6피트는 꼭 넘으렴 아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