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감자 따라잡기] 이력서남
Posted 2011. 11. 15. 16:02
썬과 최근에 달라붙은 찌질男 얘기를 하던 중
차마 입밖에 꺼내고 싶지않지만
그래요..
내겐
심심하니까 블로그에다가 하소연 좀 하겠쌉싸리와용
오늘은 가벼운 사연부터 나갑니다잉
이직한지 한달이 되어갈 무렵,
제가 솔로라는 소문이 동네방네 퍼지고 절 가엽게 여긴 직장동료들이 소개팅을 주선해주셨습니다.
동료라고는 하지만 거의 이모뻘 되시는 분들이라 부담스럽긴했지만 일단 나가기로 결정.
S전자는 내키지 않았지만 저같은 북미출신이라고 하니 은근 기대됐거든요♡
참고 1) 인물관계도
드디어 소개팅 날,
도착하니 그는 이미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습니다
↑ 밑줄의 복선을 눈치챈 당신은 셜록홈즈
식사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봤지만 별로 제 스타일은 아니셨어요
제 취미가 스노우보드와 영화감상이라고 하니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말합디다.
오케이~ 그럼 같이 스키장 가면 되고~ 영화는 이번 주말에 보면 되겠네요!
저, 저기요..
나 너님이랑 계속 만날거란 얘기 안했는데요?? ㅠㅠ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소심한 멍청한 저는 그냥 웃어 넘겼습니다
이어서 그 분은 뜬금없이 걸그룹 얘기를 꺼내셨습니다
그리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아이돌 이름을 쭉 읊으시네요..... 한승연 구하라 기타등등...
니가 윤두두의 허벅다리를 알어?
니가 천둥이의 휴지미를 알어?
니가 기광이의 상콤포텐을 알어?
니가 종현♥세경 사진떴을때 내 심정을 알어?
난 이런 얘기 안하잖아..
그니까
소개팅 나와서
여자 아이돌 얘기 하지뭬
이윽고 헤어질 시간,
어찌저찌 하다보니 애프터도 승낙(?)해버린 셈이 돼버렸고
재미는 없지만 혹시 모르니 한번 더 만나봐야겠지.. 라고 생각하던 순간
멀리서 계산하고 나오는 그가 보여요
Aㅏ..
나의 얼굴은 굳어져 갔습니다..
외모 안보기로 유명한 저지만 키는 보이네요...
170cm인 제가 가벼운 6cm 힐을 신었는데(총 173cm) 그 분은 저와 비슷하거나 작아보입니다
아까 미리 와서 앉아있던게 혹시 계획된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택시로 저희 집까지 데려다주는 수고를 하셨지만
제 마음은 이미 급짜식한 상태.
그 후,
주구장창 쏟아지는 그 분의 문자에 간간히 답해드렸지만
결국 애프터 약속을 취소하고는 점점 답문 횟수를 줄여가 씹는 수준에 달했습니다.
H쌤껜 좋은 분이지만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사실대로 말씀드렸구요.
어느날 사무실 전화가 울려서 받아보니 S쌤이 뙇!!
우주소녀씨, 그쪽에서 우주소녀씨랑 연락이 안된다고 무슨일 있냐고 그러네.
그냥 맘에 안들어서 그런거예요?
아.. 네 ^^; H쌤께 이미 말씀 드렸는데.. 죄송해요.. 제가 직접 말씀드려야겠네요ㅠ
아니, 괜찮아요~ 그냥 두세요~
하아..
그는 굳이 본인도 잘 모르는 주선자 어르신들을 통해 제 생사확인을 했어야 했을까요?
전화를 끊고 화끈거리는 얼굴을 가라앉힐 때 쯤
그 분에게서 문자가 오더이다.
「제가 마음에 안드신다고 들었습니다.
근데 상대방의 문자를 씹는건 정말 예의없으니까 앞으론 그러지 마세요. 안녕히계세요」
헐 저기요
소개팅 원투데이 해보세요?
No answer is your answer
인거 알만한 나이 됐잖아요
끝난 마당에 왜
지도문자를 보내고 난리세요?
너님 지도교사세요?
훈계라면 질색팔색하는 나님은 분노했지만 주선자분들을 생각해 삼켰습니다 ㅠ
얼마후 S시스터즈 쪽에선 그 분이 100억대 재력가 집안의 자제분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하시더라구요
아.. 네.. 좋은 소식 감사드리고요~
그런데 저 돈이랑 연애할거 아니잖아요... 돈이랑 결혼할 것도 아니잖아요....
그 분이 그냥 죠치않은걸 어쩌겠어요 ㅠㅠ
S시스터즈에게 전 세상물정 모르는 까탈스런 아가씨로 찍힌건지
끝맺음이 깨끗하지 못한 곤란한 아가씨로 찍힌건지
될때까지 해주시겠다던 소개팅은 끊겼습니다ㅋ
끄읏.
이었다면 너무 싱거웠겠죠?
얼마전 까똑!! 메세지가 와서 확인해보니 그 분이었습니다.
성도 이름도 흔치 않으셔서 기억을 하고 있었거든요.
마군보라고 카톡에 "크리스마스에 뭐하지?"라고 대문짝만하게 낸 솔로광고를 그분이 보았나봐요.
정작 보라는 사람은 안보고 별 날파리같은게.. ㅠㅠ
오래간만이예요. 저 기억하세요?
기억나지 않는다고하면 자존심 상해서
메세지 안보내겠지싶어 모른다고 잡아 뗐어요
하지만 그거슨 경기도 오산이었으니
그 분은 구구절절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합니다ㅠ
1년전 어디서 만났고 내가 집까지 데려다줬었는데 기억안남?
나는 모르오!
그때 내가 너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 났었는데 나 모르겠냐능
나는 모르는 일이오!
(그러고보니 그런일도 있었지. 그래서 내가 널 더 빨리 못 씹었단말이다ㅠ)
니가 그때 잠수탔었다ㅋ
아 모르겠다고!!!
(너님이 눈치 밥말아먹고 날 곤란하게 했던건 기억하쇼?)
나 S전자 다니고, 모명문대 나오고, 모부촌에 사는데 모른다고 할꺼임?
올ㅋ
모르겠다는데 본인의 스펙을 읊고 앉아있는 꼴이란
참 한심하기 짝이 없네예
마치 내가 면접관이라도 된 느낌^^!
그는 1년 전에 본 이력서를 기억하냐며
면접관을 닥달하는 퐈이팅 넘치는 인재였습니다
모르니까 구만훼
그래 그럼 우리 한번 밥이나 먹자 (1)
싫다
왜? 그냥 한번 보자 (2)
부담스럽다
부담스러워하지 말아라 (3)
아 고마해라. 인연이 아니었던것같은데 또 만나는건 좀 아닌것같다긔.
ㅇㅇ 잘사세요
너님도 잘사센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 되었지만 자꾸만 웃프네요
ㅋㅋㅋㅋㅋ..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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