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ha] 5년 후, 봉하마을

Posted 2014. 5. 7. 08:24

노무현 대통령님 서거 5주기를 맞아 

가야지, 가야지.. 생각만 했던 봉하마을에 드디어 다녀왔다.


서울에서 꼬박 4시간을 달려야 하는 이동시간엔 지루하지 않게 독서를.



노오란 바람개비가 보이니 

드디어 봉하마을에 온게 실감이 난다.



배꼽시계가 울려 일단 테마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대통령님이 즐겨드셨다던 국밥.



나는 김치두부.



디저트로는 쌀아이스크림.

한입 뺏어 먹어보았는데 뻥튀기마냥 고소한 쌀 맛이 

분명히 나중에 또 먹고싶은 맘이 들 것 같다.



특산물도 잊지 않고 챙기기.

조청현미강정은 딱 적당히 달고 현미가 고소해 몇봉지 더 사올껄 후회된다.





천천히 봉하마을을 걸었다.


묘역의 추모 박석도 천천히 살피며 걷다가 

'누구는 죽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지도 않을텐데.. 이거 보면 부러워하겠다' 라는 말에

'일단 죽은 후에 말하자'라고 대답했다.


나의 대통령을 죽인 그 인간은 어째서 멀쩡히 행복하게 살고 있는걸까?

더이상 묻지 않기로한 그 질문이 또 떠올랐다.




대통령의 길을 따라 사자바위를 향해 걸었다.



대통령의 길. 

이름이 참 좋다.



인산인해를 이룬 묘역 주변과는 반대로 산속은 조용하다.




사자바위에서 바라본 묘역.

휴일이라 대단한 인파가 몰렸다.


난 평소에 사람이 많은건 질색하지만, 봉하마을에서만큼은 사람이 많은게 좋다.



산 아래서 본 부엉이바위는 생각보다 너무 낮아 보여서 

그러면 안되는걸 알면서도 의구심이 들었는데



직접 올라가보니 굉장히 높은 바위였다.

대통령님께서 어떤 마음으로 이 바위 위에 서셨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엔 마음이 너무도 착잡했다.


지난 대선 이후 난 시국관련 뉴스를 다 끊고 대한민국 국민이기를 거부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셨지만 일생을 바쳐 포기하지 않으셨던 대통령님이 경이롭게만 느껴진다.

고작 30년을, 그것도 간접적으로 실패했다는 이유로 행동하는 양심이 되기를 포기한 나를 어쩌면 좋을까.


이기적이게도 난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었다.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다.


정말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