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에 대한 개인적인 단상

Posted 2013. 2. 8. 09:11

제 블로그가 채식 전문 블로그는 아니지만 포스팅의 상당수가 채식과 관련있어 이쯤해서 제 견해를 밝히고 싶어졌어요.


일단 전 비건지향 플렉시터리안입니다. 주로 비건식을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리고 기분에 따라;; 동물성 음식을 먹는 나이롱 채식주의자랍니다 ^_^; 가끔 육식을 하는 이유는 회식자리라든지, 여행중이라든지.. 단적인 예를 들수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강박관념 없이 즐겁게 채식생활을 하고 싶어서구요. 

제가 채식을 하는 이유는 도덕적인 요인이 크답니다. 동물학대를 야기하는 공장식 축산은 비인간적이라 생각하며 반대하는 입장으로서 자연스레 채식을 하게 됐답니다. 

하지만 전 적극적인 채식 운동가는 아니예요. 제게 채식이란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일 뿐이고 가치관의 개인차를 인정하기 때문에 남에게 함부로 채식을 권한다거나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물론 다른 채식인을 만나면 너무 반갑고 마구 호감이 가는건 사실입니다. 채식에 대한 정보 공유와 친목도모는 두팔 벌려 환영이지만, 무리한 채식 캠페인 활동 요청이나 태클성 코멘트는 부담스럽네요. 사명감있는 24/7/365 비건이 아니기 때문에 부끄부끄~하거든요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식을 고려중인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될까싶어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갈까합니다 ^-^


고기덕후인 아빠를 많이 닮은 전 어렸을 때 부터 고기없는 삶은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고기만 먹고 살았어요. 그런 제가 어떤 계기로 채식을 시작했냐면요. 대학시절, 개고기 반대를 논하다 "소는 먹으면서 왜 개는 안돼냐?'라는 반론에 부딫혀 홧김에(?) 채식을 선언해버렸어요. 로버트 할리씨 말대로 개도 우리의 친구고, 달팽이도 우리의 친구 아니겠습니까? 논리적으로 소, 돼지, 닭은 먹으면서 개는 먹으면 안될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당시엔 채식에 관심을 가진게 아니라 단지 오기로 고기를 끊은 락토오보에 불과했답니다. 영양소엔 관심갖지 않은채 평소 좋아하는 탄수화물과 유제품으로만 연명하다보니 건강도 나빠지고 살이 디룩디룩 찌게 됐죠ㅋㅋㅋ 

그러다 어느 날 빅토리아 베컴이 <Skinny Bitch>라는 책을 들고 있는걸 보고 처음엔 그저 다이어트 서적으로 인식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우연찮게도 스키니비치는 동물 학대를 다룬 책이었던 것이예요. 책을 통해 공장식 농장의 동물들이 얼마나 고통스런 삶을 사는지 직면할 수 있었고, 불편한 진실을 알고나니 도저히 육류나 유제품을 먹을 수 없겠더라구요. 그 후로 본격적으로 올바른 채에 관심을 갖고 나름대로 공부를 하며 비건식을 시작 했답니다.


동물 보호, 환경 보호, 건강상의 이유.. 채식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 됐든간에, 제가 생각하는 올바른 채식은 "고기를 안먹겠다"가 아니라 "고기 외의 음식을 먹겠다"는 마인드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고기 외에도 얼마나 많은 식자재가 있는지 놀라실꺼예요.

뭔가를 금기하는게 아닌 다른 여러 음식을 접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자 채식이 너무 쉽고 재밌게 느껴졌어요. 요리라는 새로운 취미도 생기고요. 외식에 제한이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채식은 억압된 삶이 아니라 더 넓고 풍요로운 삶을 살수있게 해주는 것 같거든요. 그러니 채식을 어렵고 고되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는 자세를 올바른 채식의 첫번째 조건으로 꼽고 싶네요.

두번째 조건은 균형잡힌 식사를 하기 위한 기본적인 영양소 공부니다. 고기를 끊는답시고 탄수화물과 채소만 먹고 살면 당연히 건강에 이상이 옵니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알고 그에 충족하는 좋은 연료를 넣어줘야 우리 몸이 건강해지겠죠. 다양한 서적과 TV 프로그램을 통해 음식에 어떤 영양소가 들어있는지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느껴보고, 실생활에서 어떻게 동물성 식품을 대체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세요.

위 두 조건을 갖추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보다 쉽게 채식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꺼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