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thing Lessons by Anne Tyler

Posted 2016. 10. 25. 03:22

종이시계 - 8점
앤 타일러 지음, 장영희 옮김/문예출판사

예전에 비슷한 취향의 어떤 블로거 분의 책장에서 보고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해둔 소설.
꽤 오래된 소설인데 퓰리쳐 수상작이다.

원제는 <Breathing Lessons> 그리고 한글판 제목은 <종이시계>인데 
제목 번역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문예출판사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



이야기는 정 반대의 성격의 중년부부가 친구 남편의 장례식장에 가면서 펼쳐진다.

감정적이고 정이 많고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을 좋아하는 매기와 

조용하고 지독히 현실적인 아이라가 하루 동안 로드트립에서 겪는 일을 통해

그들의 전반적인 결혼생활을 엿볼 수 있다.


아직 신혼인 나는 책을 읽기 시작한 초반에 매기와 아이라를 보며 좀 우울해졌다.

함께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듯한 부부를 보며 

혹시 30년 후에 우리 부부도 저렇게 되는게 아닌가 싶어서 괜히 감정이입을 했던 것이다.

그치만 감정 이입은 이내 풀려버렸다. 

이 부부는 내가 평소에 혐오하는 오지라퍼와 무심한 남편의 표본이었기 때문이다ㅋ


하지만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사랑이 넘치는 매기.. 그리고 본인의 꿈을 희생하며 장애있는 누나들과 늙은 아버지를 모시는 속깊은 아이라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 부부를 간신히(?) 이해하고 나면 독자는 또 다른 장벽에 다가선다. 고등학교 자퇴 후 변변찮은 밴드활동을 하며 속도위반 결혼을 했다가 이혼한 아들 제시와 공부밖에 모르고 부모를 무시하는 딸 데이지가 등장하는 것이다. 정말 이 집구석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매기 스르로는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객관적으론 우습기 짝이 없고 형편없는 가정을 꾸리고 있는 이 부부를 어쩌면 좋을까..?ㅜ


하지만 또 세상에 이런 가정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보면 한숨이 나온다. 

평범하지 않으면서도 평범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가끔 울화가 치밀고 싸우기도 하지만 

그 안엔 사랑이 있기 때문에 결국은 서로를 받아들이고 '가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로맨틱한 결혼생활은 아니지만 

어쩌면 가장 평범하고 일반적인 결혼이 아닐까 싶다.


각양각색의 등장인물을 통해 우리네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잔잔하고 좋은 소설이었다.


 <소설 속 말, 말, 말>


"The minute I saw Eleanor," her oldest brother had told her once, "I said, 'That girl is going to be my wife someday.'" It hadn't occurred to Maggie that he might simply have been ready for a wife, and therefore had his eye out for the likeliest prospect.

[...] "We're not in the hands of fate after all," she seemed to be saying. "Or if we are, we can wrest ourselves free anytime we care to."


P 108-109


If she was easily swayed, she thought, at least she had chosen who would sway her. If she was locked in a pattern, at least she had chosen what that pattern would be. She felt strong and free and definite.


P 117


He had known then what the true waste was; Lord, yes. It was not his having to support these people but his failure to notice how he loved them. He loved even his worn-down, defeated father, even the memory of his poor mother who had always been so pretty and never realized it because anytime she approached a mirror she had her mouth drawn up lopsided with shyness.


P 174


She saw now that there was a single theme to every decision she had made as a parent: The mere fact that her children were children, condemned for years to feel powerless and bewildered and confined, filled her with such pity that to add any further hardship to their lives seemed unthinkable. She could excuse anything in them, forgive them everything. She would have made a better mother, perhaps, if she hadn't remembered so well how it felt to be a child.


P 225


+ (사족)

"어떤 아기도 인간 세상에 태어나기를 원해서 생겨나지 않는다. 인간을 만드는 것은 순전히 부모의 일방적인 욕심이다 [중략] 그러므로 부모가 된 인간은 아이에게 가능한 최대한의 행복을 선사해야만 한다고 생각해." 라고 언젠가 김윤아가 했던 말과 매기의 양육 방식은 부모가 되어 부모의 마음이 아닌, 아이의 마음을 알게 된다는 점에서 아주 살짝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매기의 경우는 좀 결과가 안좋긴 했지만, 나도 언젠가 부모가 되면 부모의 시선이 아닌, 아이의 시선에서 육아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