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에 앞서 나는 안티백서가 아님을 밝히며 백신은 맞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2차 백신을 맞고 내가 겪었던 이상한 증상에 대해 공유하고 싶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 중 3차 부스터샷을 맞고 멀쩡했던 경험담을 나누고 싶다. 

나는 코로나에 감염된 적 없이 1차 접종을 화이자로 시작했다.

남편은 화이자 1~3차까지 팔 근육통 외엔 그 흔한 몸살기운 없이 멀쩡하게 지나간 반면,

난 1차 접종 후, 다음 날 팔 근육통과 몸살을 앓았다.

몸살은 앓았지만 하루 뿐이었고 그 외 증상은 없었기에 자신있게 2차 접종을 했는데

2차는 다음 날 의외로 무증상으로 넘어가는 듯 싶었는데...

 

2차 접종 열흘 후, 자다가 목 속이 따끔! 따끔! 하는 느낌이 들어서 깼다. 눈을 감으면 왼쪽 안구 뒤쪽으로 이물감도 느껴졌다.

11일 후: 겉보기엔 아무렇지 않은데 아침에 세수하는데 얼굴을 만지니 살이 쓰라렸고, 두피 역시 만지니 쓰라렸다. 피부 겉이 아픈 느낌보다는 살 자체가 아팠다. 특히 두피 정수리 한군데가 만지지 않아도 바늘에 찔리는 듯하게 따가웠고 왼쪽 귀 속이 붓고 침 삼키면 귀 안에도 아팠다.

12일 후: 두피 왼쪽 뒷가르마가 있는 부위까지 저리고 머리카락이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있었다. 그게 심해졌다 잦아들었다를 반복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목쪽으로 내려왔다. 통증 때문에 잠을 설칠 정도였다.

13일 후: 두피 저림 증상은 좀 나아졌지만 계속 정수리는 바늘에 찔리는 듯한 통증, 또는 벼락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14일 후: 두피 뒷통수 쪽이 예민해졌다.

15일 후: 왼쪽 팔의 팔꿈치 아래 부분이 심하게 아프고 으슬으슬 추웠다 (한여름이었음)

16일 후: 왼쪽 팔의 팔꿈치 윗 부분이 아프고 추우면서 바늘에 찔리는 듯한 통증이 있었다.

17일 후: 춥진 않은데 등부터 팔 전체가 바늘에 찔리는 듯한, 혹은 벼락에 맞는 듯한 통증이 있었다.

 

잠도 못 자고 아파서 엉엉 울 정도로 고통이 심했는데도 그지같은 미국 의료 시스템 때문에 바로 병원에 갈 수가 없어서 ㅠ 인터넷을 뒤져봤는데 나와 비슷한 증상을 겪은 사람들이 대상포진을 진단 받았다는 사람들이 있었고, 사실 한국에서도 나처럼 겉으론 말짱하고 수포 없이 대상포진이 오면 내과, 피부과에서도 원인을 모른다고 하는 경우가 대다수고.. 마취통증과에나 가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PCP에게 1차 진료를 예약해 놓은 상태였지만 내가 원한다고 마취통증과에 갈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병원 가는 건 포기하고 남편에게 징징대봤지만 수포가 없는데다가 남편에게 관련 지식이 없어서 설득될 리가 만무했다. 게다가 임신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함부로 항바이러스제를 먹기도 곤란했다. 이도 저도 못하고 통증을 견뎌내던 중 어느 날 증상이 사라졌다=_=

그리고 한참 후에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대상포진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부작용을 좀처럼 인정해주지 않는 미국에서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할 뿐이지만 이스라엘에선 화이자 및 모더나 백신이 대상포진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아니라, 백신이 면역체계에 영향을 주어 14일 내 헤르페스 재발이 된다는 썰인 듯 하다. 나의 경우 어릴 때 수두를 앓았지만 대상포진은 앓은 적이 없고, 나이도 30대고, 별다른 치료 없이 증상이 완화된 걸 보면 확실히 백신이 대상포진 자체를 직접적으로 일으켰다고 할 순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태어나서 느꼈던 고통 중 1,2위를 다툴 정도로 아팠기 때문에 매우 억울하고 부스터샷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건 사실이었다.

그 후로 난 임신을 하게 되었고 이래 저래 부스터를 계속 미뤘지만, 오미크론 확산세와 아기에게 항체를 주고 싶은 욕심에 결국 3차임신 27주에 접종하게 되었다. 이렇게 문장 하나로 쓰니 간단해 보이는데 부스터 맞고 또 대상포진 올까봐 정말 정말 너무 너무~ 무서웠다. 왜냐면 임신 중 대상포진은 항바이러스를 안 쓸수도 없고 그냥 둘 수도 없는 진짜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동안 고민하고 걱정했던 게 무색할만큼 3차 접종 후엔 팔 근육통 외엔 아무런 증상도 없이 지나갔다!!!!

아무튼 정말 다행이고 혹시 나처럼 대상포진st. 증상을 앓으셔서 다음 접종이 겁나시는 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어 매우 조심스럽게 글을 포스팅해본다... 제발 코로나 꺼져라 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