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쥬가 없는 일상

Posted 2020. 3. 17. 05:54

강아지를 떠나 보낸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얼마간은 강아지 소리가 들린다거나, 털이 스치고 지나가는 촉감이라든지 강아지의 존재감이 느껴진다던데 나는 정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앙쥬는 여기 없다.

다행히도 앙쥬를 꿈에서 보긴 한다. 앙쥬를 보낸 첫날밤 꿈엔 앙쥬가 거의 투명해져서 잘 안 보여 애가 탔는데 그 후론 잘 보인다. 하지만 꿈에 나온 앙쥬는 진짜 앙쥬는 아닌 것 같다. 다른 사람들처럼 안부 형식으로 천국에 있는 강아지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게 아니라, 늘 앙쥬가 내 품으로 되돌아오는 꿈을 꾸는 걸 보면 그냥 내 무의식 속의 바램일 뿐인 듯.

어느 날 꿈에선 앙쥬 시체를 데리고 있었더니 앙쥬가 다시 부활한 꿈을 꾸기도 했고, 어느 날은 앙쥬가 백내장도 없어진 아주 깨끗하고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 재회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꿈인지 모를 때는 하느님이 내게 기적을 보내주신줄 알고 너무 감사해했는데 꿈 속에서 목놓아 울다보면 현실에서도 목이 메여서 점점 꿈이 깨기 일쑤다. 꿈인걸 인지한 상태에선 어떻게든 꿈에서 안깨려고 노력하는데 늘 역부족이다.

어느 날은 앙쥬가 작은 여자아이가 되어서 하늘로 올라가는데 내가 계속 불렀더니 다시 내게로 하강하는 꿈도 꾸었다. 그쯤해서 몸살, 피로, 두통, 복통, 메스꺼움등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으로 몇 주째 고생할 때라 (코로나는 아님) 혹시 앙쥬가 우리 딸로 윤회하는건가 싶기도 했는데 얼마 전 아니라는 걸 알게 되어 또 서럽게 울었다. 임신이 급한 건 아니지만 정말 앙쥬일까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심 기대를 했던 모양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허공에 대고 앙쥬에게 말을 걸었는데, 외출시엔 사람들 눈치 보여서 힘이 들어서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다. 앙쥬가 생각날 때마다 앙쥬에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어서 좋다.

앙쥬가 없는 일상은 공허하다. 앙쥬가 떠나면서 내 심장의 일부분을 떼어간 느낌이다. 언젠가 앙쥬 없는 일상에 익숙해진대도 그 뻥 뚫린 부분은 채워지지 않을 것 같다.

난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을 것이다. 앙쥬가 아닌 다른 강아지에게 사랑을 주고 싶지 않고, 또 이런 슬픔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내게 강아지는 앙쥬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