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기 아토피 로션에 $1,000 쓴 엄마의 로션 후기
Posted 2023. 1. 7. 10:05
배앓이도 없고 잠도 나름 잘 자던 범범이는 백일 정도 쯤 아토피가 나타나 점점 심해져서 5개월차에는 Severe Eczema 진단을 받게 되었다. 하루 종일 긁고, 못 긁게 하면 울고, 울면 진물나고, 밤에는 잠도 못 자고 오열하다가 결국 새벽 4시쯤에야 깊은 잠에 들어 오전 11시쯤 일어난다. 한국에서는 돌 전에는 아토피 진단을 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범범이는 의사는 물론 지나가는 행인들도 '아토피가 있나봐요' 라고 말할 정도로 매우 심한 케이스다. 하루 종일 로션 바르느라 바쁘기도 하고 속상해서 피부 사진을 찍지 않기 때문에 제품 사진만 있는 점 양해바란다.
엑지마를 앓고 있는 아기들 엄마라면 다 그렇겠지만 어디서 좋다는 건 다 사서 시도해보고 있는데 로션 및 크림도 그러하다. 3개월간 로션에만 $1000 이상 쓴 것 같은데... 일단 써본 제품 후기를 나눠볼까 한다. 우리는 미국에 살고 있으므로 아무래도 미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 위주다.
아토피의 원인은 다양하고 아기마다 원인이 다르고 피부타입이 다르기 때문에 일단 범범이의 원인미상 아토피를 설명하자면, 우유/밀가루/콩/생선/향 알러지 없음. 아빠 유전. 열이 많고 온도가 낮아지면 아토피가 호전됨. 현재 실내온도 16도. 범범이와 비슷한 케이스라면 아래 후기를 참고하시고 그렇지 않다면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수밖에 없다.
만족스러웠던 제품 먼저...
1. VANICREAM - 우리 알러지 전문의를 포함 많은 의사들이 추천하는 베니크림. 세타필이나 세라비 같은 제형으로 굉장히 무난해서 세타필과 세라비로 효과를 못 봤기 때문에 기대가 없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물론 이거 하나로는 수분감이 부족해서 터비토드로 마무리를 하긴 했었다. 다음에 한번 더 사용해볼 생각. 재구매 의사 70%
2. BORAGE THERAPY CHILDREN'S LOTION - 정말 묽은 로션으로 발림성 좋고 흡수가 빠르고 너무 묽어 별거 없어보이지만 알로에, 보리지 오일등 진정 효과가 탁월하다. 이걸 먼저 발라서 빠르게 수분공급을 한 후 그 위에 아비노 엑지마 테라피 나이트밤을 바르는 것이 지금 정착한 루틴이다. 재구매 의사 100%
3. AVEENO BABY ECZEMA THERAPY NIGHT BALM - 이건 한국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제품으로 '밤' 제형이라기 보단 크림에 가까워 발림성이 좋다. 미끄덩한 마무리감이긴 하지만 밤 제형 중엔 흡수도 나름 빠른 편이다. 그냥 움푹 움푹 퍼서 찹찹 쳐바르기 좋다. 오트밀 베이스라 오트밀 알러지 있는 아기는 사용하면 안 됨. 재구매 의사 100%
4. 아쿠아포 - 명불허전 아쿠아포. 많이 긁는 아기가 아니라면 수분 공급 직후 아쿠아포를 떡칠을 해놓으면 좋긴 하다. 하지만 범범이의 경우 너무 긁기 때문에 손싸개를 해두는 편이고, 아쿠아포를 발라봤자 손싸개로 비비면 다 묻어 없어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큰 효과를 못보고 있다. 그렇다고 안 쓰진 않는다. 기저귀 부분은 항상 도톰하게 발라주고, 기분이 좋은 날 (지금 안 긁을 것 같은 날) 한정 기초단계 마무리로 코팅을 해주면 효과가 좋다. 재구매 의사 100%
5. Tubby Todd All Over Ointment - 아토피 관리 제품으로 나름 유명한 터비 토드. 이름이 오인트먼트라 연고같은 제품일 줄 알았는데 크림에 가깝다. 그래도 고보습 제품이라 꽤 쓸만 했다. 발림성도 흡수력도 아주 빠른 편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다. 근데 범범이는 1~2시간마다 로션을 떡칠하듯 바르는데 그러기엔 가격이 너무 사악한 제품. 보리지+아비노 콤보에 정착을 못했더라면 재구매 했을 것 같긴 하다. 가격 때문에 재구매 의사 0%지만 효과는 좋으므로 다른 제품에 정착을 못했다면 추천!
그 다음은 그냥 저냥 쓸만했던 제품...
6. 알로에 베라 - 이건 특정 제품이 아니라 99%~100% 알로에 젤의 후기다. 습진은 아니지만 나도 피부가 예민하고 너무 건조하기 때문에 가끔 가려울 땐 알로에 베라의 도움을 받는데, 그래서 임시적으로 범범이의 가려움을 잠재우기 위해 쓴다. 시간이 많을 땐 기초단계 맨 처음에 바르는데 범범이는 뭘 바르는 걸 너무 싫어해서 빠르게 진행하려다 보니 요즘은 처음에 바르진 못한다. 다만 계속 긁는 부위가 있다면 알로에겔을 촵촵 발라주면 조금 진정이 되는 듯 하다. 진정 효과만 있고 보습은 잘 안되므로 꼭 로션으로 마무리 하길.
7. 아비노 베이비 엑지마테라피 크림 - 이름은 크림이지만 로션에 가깝다. 나이트밤과 같은 포뮬라인데 제형만 다른 느낌? 더 묽고 흡수가 빠르다. 이걸 계속해서 덧바르는 것과 나이트밤 한 번만 바르는 것과 비슷한 느낌적인 느낌. 아토피가 심한 아이가 아니라면 이 제품도 괜찮을 것 같다.
8. 캘리포니아 베이비 칼렌듈라 크림 - 신생아 태열 및 여드름에 유명한 제품. 나도 이건 범범이가 신생아일 때 구매해서 태열 잡는 데는 아주 잘 썼다. 고보습 제품이라 좋긴 한데 아토피에는 효능이 하나도 없더라고. 발림성은 좋은데 흡수가 느린 편이라서 로션 바르는 내내 우는 범범이에겐 적합하지 않은 제품. 허브 냄새가 강렬하기 때문에 향 알러지가 있는 아기에겐 비추.
9. 쁘리마쥬 태열 크림 - 사진엔 크림만 있는데 태열 키트를 사서 세럼과 같이 사용했다. 한국 회사가 프랑스 랩에 제작의뢰해서 만든 제품으로 한국에서 유명하기도 하고 비싼 가격 때문에 악명이 높기도 하다. 미국에선 딱히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한국에 다녀오는 지인 분께 부탁해서 구매했다. 발림성과 흡수력, 보습력 다 좋은데 내게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으니 그것은 향기. 코코넛과 레몬을 섞은 향이 숨막히게 진하게 난다. 향 알러지가 있다면 사용하면 안될 것. 범범이는 향 알러지는 없지만 내가 이 향이 싫어서 더 이상 구매의사는 없다. 보습 효과는 괜찮았다. 향이 딱히 신경쓰이지 않는다면 써볼만 함.
다음은 아토피에 정말 별로였던 제품
10. 아토팜 판테놀 크림 - 한국에서 아토피에 유명하다고 그래서 사봤는데 "왜..?" 싶었다. 용량 대비 가격도 별로고 보습력도 역부족이었다. 그냥 일반 아기에겐 괜찮을지 몰라도 아토피엔 무용지물 수준.
11. 아쿠아포 페이스트 - 징크옥사이드를 베이스로한 포뮬라로 살이 접혀서 진물이 나거나 붉어진 부분에 사용하면 좋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아토피 초기 얘기다. 범범이같이 아토피가 너무 진행한 경우 무용지물. 더 건조해지기만 한다.
12. A&D 오인트먼트 - 바이엘 사에서 만든 아쿠아포 같은 연고인데 호랑이밤 냄새가 난다 @_@ 성분표를 보면 아쿠아포랑 비슷해보이는데 아쿠아포보다 훨씬 잘 녹는다. 내가 라놀린하고 바셀린을 1:1로 섞어서 써봤는데 딱 그 느낌이다. 아쿠아포같이 꾸덕하고 두껍게 코팅되면서 올라가는 게 아니라 체온에 금방 녹아 버려서 얇게 밖에 코팅이 안 된다. 그래서 보습의 지속력이 아쿠아포에 비해 좋지 않았다.
13. GLADSKIN - 글래드 스킨이라고 미국 아토피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크림이다. 제품 안에 피부 장벽을 다시 짓는 마이크로 박테리아(?)같은 것이 있어서 냉장보관해야 한다. 후기도 좋고 뭔가 과학적인 접근법이 좋아보였는데 써보니까 아무 효과가 없었다. 심지어는 오히려 더 붉은 기가 생기거나 유지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범범이에게 사용을 중단하고 내 피부염 있는 부분에 사용해봤는데 바르니까 완전 간지럽고 따갑고 더 붉어지는 것이었다!! 헐... 며칠이긴 하지만 범범이에게 사용한게 미안해졌다. 비싼 가격이긴 하지만 제품 불만족시 100% 환불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번쯤 주문해 사용해봐도 될것 같긴 하다. 잘 들었다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범범이에겐 안 맞아서 슬프다 ㅠ
14. 베니크림 오인트먼트 - 베니크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베니크림 무한 신뢰로 샀던 제품인데 정말 별로다. 제형만 봤을 때는 고보습이라 좋아보였는데 실제로 사용하면 왠지 모르게 더 건조해진다. 보습력이 좋지 않다...
15. 유세린 엑지마 릴리프 크림 - 사진엔 없지만 두 통 사용해봤다. 정말 무쓸모... 허옇게 흡수가 안되고 동동 뜰 정도로 많이 발라야 그나마 효과가 있는 크림. 게다가 튜브형인데 개인적으로 튜브형 제품은 뭐가 됐든 앞으로는 구매를 안 할 것이다. 범범이는 손톱과 발톱을 이용해 긁기를 시전하는데 손싸개와 양말을 씌워놔도 그건 또 그거대로 피부에 비비면 피부에서 진물이 난다 -_- 내 손은 두개인데 범범이의 네 손발을 꽉 붙잡으면서 로션 바르려면 손이 4개여도 모자란데 언제 튜브형 제품을 짜고 있냔 말이다. 로션 바르다가 범범이 발을 놓쳐 범범이 허벅지는 피범범이 되고 나도 운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비단 나만의 얘기는 아닐 것 같은데 제발 회사들아 아토피 크림은 단지형이나 펌프형으로만 만들어 주세요.
다음은 로션은 아니고 처방연고 및 그냥 오버더카운터 약국 연고 후기
15. Cortizone 10 - 워낙 유명한 하이드로코티손 크림. 한국으로 치면 락티케어와 같다. 워낙 묽게 희석해놓은 스테로이드라 심한 아토피로 진행할 바에는 이거라도 계속 바르라는 게 심한 아토피를 경험해본 사람들의 조언. 하지만 범범이는 그 시기를 놓쳐서 심한 곳엔 효과가 없다. 근데 살짝 붉어지려는 조짐이 보일 때 사용하면 좋음.
16. 트리암시놀론 - 범범이가 처음에 처방받았던 스테로이드. 내가 워낙 소량 사용했던 것인지 범범이가 손싸개로 비벼서 닦아낸건지 그다지 효과가 좋지 않았다.
17. 데소나이드 - 그 다음을 처방받았던 스테로이드. 트리암시놀론 보다는 효과가 좋았는데 여전히 심한 부분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18. 유크리사 - 2016년에 화이자에서 나온 스테로이드가 아닌 아토피 케어 연고. 심한 아토피가 아닌 mild to moderate한 아토피 관리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보험 커버가 안돼서 비쌌다. 후기를 찾아봤는데 사용 직후 화끈거린다는 평이 가장 많다. 근데 범범이는 화끈거리지 않는 건지 아니면 워낙 피부가 늘 가렵고 따가워서 적응이 된건지 이거 발랐다고 딱히 불평하진 않는다. 범범이의 경우 아직까진 (스테로이드를 쓰느라) 제대로 사용한 적도 없고 효과를 느끼진 못했다. 나중에 아토피가 좀 나아지면 이걸로 관리하면서 쓰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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